혼자 고기를 구워서 먹는 일
일상다반사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의 순위를 매긴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 가격보다 더 저렴한 곳이 있을까, 싶은 싸구려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싼 상추쌈을 입으로 가져가며 상오가 한 말이었다. 원산지가 의심스러운 삼겹살을 뒤집으며 눈빛으로만 그게 어떤 건데? 하고 나는 물었다. 


혼자서 영화 보기, 혼자서 밥 먹기…… 영화는 혼자 보기가 습관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은데 집에서도 아니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기란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웃었다. 난 혼자 식당에서 곧잘 밥을 먹는데, 얼마전에는 이 삼겹살집에서 혼자 고기도 구워먹었다구.


상오의 입이 벌어졌다. 저작되다 만 음식물이 보였다. 역시 강적이시군요. 혼자서 하기 제일 힘든 일이 이런 식당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서 먹는 일이라더군요. 뻘쭘해서 죽을 수도 있대요. 상오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먹는 일에 열중했다. 불판에 잘 구워진 김치가 요즘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다. 뱃속이 어떻게 된 일인지 영 꼬여있다가도 이 단순한 음식을 먹고 나면 다시 편안해지니 주기적으로 찾지 않을 수 없다. 서해를 건너온 김치의 속살이 유난히 희었다. 신선해 보이라고 무슨 약품을 친다는 풍문이다.


형님 대접한답시고 상오가 집게와 가위를 들고 고기를 굽고 자르는데, 그 손놀림이 영 서툴다. 아이씨, 저는 이따위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남들에 비해 뒤떨어져요. 이러다간 영락없이 독거노인 신세로 전락할 것 같아요. 


습관이야. 습관. 자주 하다보면 요령이 붙지. 나는 집게와 가위를 낚아채서 시범을 보였다. 그렇지…… 습관. 이렇게 상오와 같이 고기를 구워먹다가 다시 혼자서 먹는 날이면 제법 힘들어지겠지. 투덜거리며 소주잔을 입술로 가져가는 상오를 잠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기 전에 속으로 말했다. 


나는 너에게 언제나 좋은 형이 되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