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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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숙소에서 이른바 여행전문가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살고 싶은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련의 행위라고 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라? 나랑 같네.


길따라 가다보니 강이 나왔다. 숨죽이며 고요한 강, 먼지 풀풀 날리던 강, 은밀하게 표정을 감추고는 나를 훔쳐보던 강, 여러가지 강의 표정과 맞닥뜨렸지만 왠지 풍경은 마음으로 가깝게 다가오지 않았다. 끝없이 하게 되는 질문.


나는 저 강어귀 어느 한적한 곳에서 홀로 조용히 살아갈 수 있을까?


풍경은 죄가 없는데 나는 선뜻 강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한없이 고요한 강의 구비구비마다 불가해한 인내심의 소유자들이 오래 전 그날부터 살아오고 있었다. 나로선 엄두가 안나는데, 하다가도 다시 용기를 가져본다. 


하긴 장소 따위가 대수던가. 내가 그곳을 받아들이고 녹아들어갈 마음이 안생기는 상태면 아무리 좋다는 곳이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지겹지만 필시 이것도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