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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일상다반사



누구나 한 작가의 저작을 오래 읽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작가가 한 두사람쯤은 있는 법이니까. 내게 있어서 유홍준 교수가 그런 경우다. 지금은 대부분 세월의 변화에 따라 흔적없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동네 골목골목마다 만화방이 흔했다. 한정된 용돈으로 만화를 보자면 선택에 있어 골머리를 부여잡기 십상이었는데 이 만화 펼치면 이 것이 재미있을 것 같고 저 만화 펼치면 저 게 또 재미있을 것 같아 한참을 망설이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가 만화방 주인장에게, 공짜로 서서 만화 다 보냐고 지청구를 듣기도 했고.


이 때 재미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작가의 이름은 선택을 참 편하게 해준 고마운 것이었다. 전국민이 다 알법한 이현세,허영만,박봉성...


만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유홍준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라는 타이틀은 내게 조금도 주저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만큼 개인적인 취향에 있어 잘 읽히는 책이고 동시에 한 번 잡으면 쉬이 놓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예고했던 내용이지만 그의 이번 신작은 제주에 관한 것이다. 책 한 권에 제주의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예의 유홍준 교수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책이다. 한 작가의 글을 되풀이 읽다보면 어느정도 그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이나 취재에서 얻은 정보를 글로 엮어가는 노하우 같은 것이 포착될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나 스스로도 그 작가의 문장을 흉내 내게 될 때도 있고. 


그런저런 사정이 파악되면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매달렸을지 가늠이 된다. 해서 좀 아껴서 야금야금 음식을 저작하듯 정독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올 봄 제주를 떠다니며 눈으로 확인한 풍경들이 새삼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데면데면 그냥 스쳐 지나갔던 곳의 숨겨진 사연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떠나온 여행지가 다시 그리워진다. 전작에 비해 사진이 비교적 많이 실렸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글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을 것이다. 장담하건데 이 책을 읽고 떠나는 제주여행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한층 풍성한 경험을 여행자에게 던져줄 것이다.


올 가을엔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시 제주를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