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경주.
자전거탄풍경

원인도 모르는 근육통과 현기증에 삼일을 앓고 있었더니 봄날의 벚꽃이 더욱 간절하였다. 바람에 실려 문틈으로 들어온 꽃잎을 보고 있자니 조바심이 더해져 없던 마음의 병까지 나고야 말았다.


저 꽃을 보아야 하는데…… 다 지기 전에 보아야 하는데…….


성도 나고 집중이 안되니 나는 미친사람마냥 두뺨을 양손으로 후려 갈겨보기도 하고 근육통으로 온전치 못한 육신의 여기저기를 주먹으로 두들겨보기도 하다가 의자에서 일어나 팔짝팔짝 뛰기에 이르렀다.


떨어져라! 떨어져! 귀신같이 들러붙어 있는 통증아 사라져라!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병증이 조금 호전의 기미가 보이자 나는 부리나케 짐을 싸서 자전거에 올랐다. 가까운 곳의 꽃은 이미 감흥을 잃은지 오래고 조금이라도 북으로 가면 나을 것 같아 정처로 삼은 곳은 경주.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곳에서 익명성이 선물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어슬렁거렸다. 그것도 잠시, 골목 한구석에도 대릉원 긴담 너머 어느 오래된 소나무 아래에도 그리고 박물관 마당 큰종 옆에도 10년전 20년전 30년전의 내가 오늘의 나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그 모든 나날들에 하나하나 눈인사를 하고 나니 한바탕 거친바람이 꽃나무들을 흔들고 지나갔다. 


아, 꽃잎들이 폭설처럼 사선으로 떨어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나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꽃잎들의 행방을 열심히 좇았으나 얼마 못가 지치곤 하였다. 호된 봄날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