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가을
자전거탄풍경

 

 

낙동강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강의 표정 변화에서 세월의 변화를 읽게된다. 이 계절에 부산에서 가장 큰 볼거리라면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일 것이고 다음으로는 사상구 삼락공원변의 대규모 갈대밭이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이런 장관이 있다는 것은 복이라면 복이다.

 

규모면에서라면 전국 최대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양에 물억새가 흔들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거창한 철학이 아닐지라도 차분히 지나온 한 해와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된다. 사람의 키높이를 훌쩍 넘어서는 갈대밭 사이로 군데군데 오솔길이 나있다. 홍수에 물이 들었다가 빠져나간 뒷자리가 조금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가을엔 놓칠 수 없는 곳이 낙동강의 이 오솔길이다.

 

 

       ▲ 지자체에서 심어놓은 코스모스도 한창이다.

 

       ▲ 인근 삼락공원 내부엔 무료주차장과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맛집이라는 단어에 대해 크게 공감을 못한다. 혀가 깊은 맛을 구분할 정도로 섬세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 것이 사람 북적이는 음식점에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마련이다. 평소 지나가다보면 앉을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가게가 동네에 생겼다. 지하철 덕포역 2번 출구 근처의 꼬리고기집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곳이라 지하철 역에서 내려 꼬리고기집을 찾으면 된다.

 

운이 좋았는지 마침 자리가 있어서 냉큼 앉고 주문을 했다. 오랜만에 맡는 연탄가스 냄새가 옛생각을 나게 만들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건설일용노동자의 거친 사투리 소리가 크게 났고, 건너편 테이블에서는 중국인 남녀가 북경어로 노래하듯 떠들고 있었다.

 

 

음식은 간단했다. 돼지고기의 인기 없는 부속물을 듬성듬성 썰어 한 번 삶은 뒤 나오는 것이 음식의 전부다. 무슨 비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른 사람 다 맛있다는데 나만 맛없는 것이 이상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돼지고기가 일차적으로 한 번 삶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지방층이 많은데도 크게 느끼하지 않았다.

 

가래떡을 불에 구워 먹는 것처럼 돼지고기는 연탄불에 꾸덕꾸덕 익어갔고 나는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으로 가을을 삭혔다.

 

음식은 깨끗한 재료로 정갈하게 조리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평소 생각이어서 어떤 평을 내릴 수 있는 식견이나 감각이 나에겐 없다. 해서 다 먹고 일어서는 순간까지 별다른 음식에 대한 수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음식의 가격이었다. 양은 두사람이 먹어도 넉넉할 정도였는데, 가격은 한 접시에 칠천원이었다. 순간 이 허름한 음식점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루의 고단한 노동에 지친 서민들이 어디가서 이렇게 저렴하게 고기안주에 소주 한 잔 걸칠 수 있을까.

 

값을 치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주 기운에 연탄가스 기운까지 겹쳐니 느닷없이 찾아온 가을이 견딜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