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견문록1 여전했던 한강 자전거도로
자전거탄풍경

햇수를 헤아려보니 딱 9년만이었다. 내가 서울에 자전거를 끌고 다시 찾아온 것이……. 얼추 10년이니 강산이 한 번은 바뀌었을 법한 세월이다. 교육기관과의 상담을 마치고 숙소를 정한 후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도로에 접어드니 마침내 서울에 당도하였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9년전 참 많이도 오갔던 길은 거짓말처럼 큰 변화가 없었다. 변화를 억지로 찾자면 보행자길이 추가가 되었다는 것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의 연령이나 성별 그리고 자전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많아졌다는 정도였다.

 

영등포에서 여의도방향으로 달리는 한강자전거길,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갓 스무살이 되어 서울을 찾았을 때와 서른 언저리였을 때와 지금 눈으로 확인하는 서울은 많은 차이가 있다. 어릴적 눈에 비친 서울은 모든 것이 새롭고 거대하며 사람들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허나 지금은 내눈을 확 잡아끄는 것이 그다지 없다. 별 내용이 없는 사람이지만 식견이 들었나보다.


풍경이야 그럴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내면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맞은편의 강북, 서울특별시민이 아니어서 강남과의 차이를 모르겠다.


서울에 한강과 자전거도로가 없었더라면 끔찍한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폐기관과 모세혈관과도 흡사한 길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며 예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변화, 변신을 모색하기 위해 9년전 새벽차를 탔던 내가 다시 이곳에 왔다. 그때와의 차이라면 설레임과 기대는 사라지고 무덤덤에 냉정만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이번 짧은 서울생활을 마치고 나더라도 나에게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저 의례적인 수료증과 함께 내 이름 앞에 붙을 타이틀 하나가 늘어나는 정도일 것이다. 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희미했던 기대마저 더욱 억누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냥 일종의 선물. 나에게 주는 조금 비싼 선물이라고 치부하자. 남들은 해외여행도 다니지 않나…… 언젠가 이 나날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재미나고 신나게 지내보자.


나는 자전거의 방향을 돌려 한 평 남짓 숙소로 향했다. 페달을 밟는 발길이 무겁지 않았다.


도색이 눈길을 끄는 한강철교




맞은편에 보이는 남산타워


한강의 물억새, 가을이 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