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견문록2 남산
자전거탄풍경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의 삶은 당연히 서울에서 이어질 것으로 여기며 컸다. 누이가 그랬고 멀게는 이모들이 서울로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니.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도 있는 것으로 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일생에 있어 서울이 빠진다면 뭔가 부족한 인생으로 여겨질 법도 했다. 그걸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3때 친구들과 허름한 자취방에 모여 우리는 이런 약속 따위를 하곤했다.


- 우리 서른살이 되면 서울 남산타워 아래에서 모이자. 무슨일이 있더라도 딱 서른이 되는 오늘 각자 성공한 모습으로 남산타워 아래에서 모이는 거다. 


우리들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몹시 먼 훗날의 일이었으며 그 나이쯤 되면 뭔가 대단한 성취를 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머리를 맞대고 엄지손가락에 뻘건 인주를 뭍혀 지장까지 꾹꾹 찍으며 맺은 약속은 흐지부지 되었다. 친구들과의 남산행은 더 일찍 이뤄졌다. 군대가기 전 서울여행 때 남산을 오르고 그 이후론 모두들 자기 살기 바빠서인지 어릴적 치기어린 약속 따윈 잊어버리고 산 거였다. 


자전거를 친구 삼아 오르는 남산도 썩 나쁘지 않았다.


모르는 사이 주인이 바뀌어 버린 63빌딩


잠수교아래로 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 생뚱맞은 이름의 새빛둥둥섬도 보인다.



한강을 건너 국립극장 방면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니 점점 초록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울의 중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릿한 대기가 거대한 도시 서울을 감싸고 있었다. 중간중간 나무난간으로 만든 전망대엔 휴일이라 전국팔도에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 서울에 살면서도 여기 한 번 오기가 참 어렵네요. 언제 왔는지 기억도 안나네.

- 이 길이 무한도전 팀이 촬영을 한 곳이야.

- 저기! 건너편…… 우리집 있는 곳이다.


사람마다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오르막을 오르느라 등엔 땀이 났고 자전거를 한곳에 기대어 놓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흐릿한 하늘과 남산타워의 첨탑으로 시선을 돌리니 풍경 너머로 추억속의 친구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산산책로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시가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의 한남대교, 서쪽으로 하루의 해가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