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견문록5 창덕궁
자전거탄풍경

경복궁 건너뛰고 창덕궁이라니 따지고 보면 좀 앞뒤가 안맞는 일이다. 그러나 태생이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경복궁은 괜히 꺼려져서 다음을 기약하고 창덕궁을 찾았다. 사실은 이번 나들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종묘이다. 종묘 가는 길에 창덕궁이 있어 그냥저냥 들르게 되었다. 


궁궐은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그 규모가 몹시 큰 곳이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재보다 물리적인 크기는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궁궐을 거닐다보면 과장이나 요란한 치장이 없어서 좋다. 필요에 따라 짓고 가끔은 소박하면서도 나름의 멋은 또 나름대로 부리고 있는 간결한 맛이 있어서 좋다.




궁궐 지붕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공간에 어처구니가 자리잡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인정전 가는 길



인정문을 지나니 조선왕조의 위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인정전과 품계석이 나타났다. 난리통에 임금이 피난을 가기도 했고 이 앞에서 잔치와 과거가 치뤄지기도 했다. 왜란과 여러차례의 화재, 그리고 갖은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자리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 이날의 인정전 앞 큰 마당엔 가을 햇볕만이 평화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인정전 내부






화려한 팔작지붕의 인정전




화려한 색상이 눈길을 끈다.


드므라는 명칭이 독특했던 방화수 용기.


이런 구석진 곳에서 신하들과 궐내 나인들이 밀담을 나누었을 듯.



창덕궁 후원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쉽지 않다. 정해진 숫자의 관람객만 입장을 허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는 더더욱 관람이 쉽지 않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궁궐을 빠져나오는데 흐르는 물마저 잡스럽지 않게 다스리려 했던 왕조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뜻만은 기억할 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