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눈.
일상다반사

자주 가는 단골 슈퍼마켓 주인장에게 올 가을 초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번 겨울엔 제작년처럼 눈구경 한 번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장은 손사래에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아유…… 눈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태백이었다. 평생 살아도 부산에서 눈구경하기란 말 그대로 가뭄에 콩나듯 했던 나와는 눈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것도 기후변화 때문인지 제작년에는 눈이 제대로 내렸다. 한 이틀 부산이라는 도시가 온통 마비가 될 정도로.



어떤 이들은 먹고사는 일에 지장이 생긴다느니 도시기능의 마비가 어쩌고 하면서 걱정들이 많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게 좋았다. 다들 어디론가로 향한 움직임을 멈추고 하얗고 고립된 세계 안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모습들이 그리고 그 느리디 느린 시간의 흐름들이.


수상한 기척이 있어 내다보았더니 바깥은 그때처럼 한참 설국이 진행중이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얗고 고립된 세계로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눈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십오센티미터 정도.


한 이틀 계속 이랬으면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