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곳니
일상다반사

이렇게 치료 받고 나면 보철한 이의 수명은 어떻게 되나요?


솜뭉치를 입에 물고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입으로 치과 간호사에게 나는 그렇게 물었다.


반영구적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심드렁한 표정의 간호사가 건조한 음성으로 답했다.


나는 믿기지 않았지만 내심 기뻤다. 한번의 투자로 그렇게 길게 효과가 지속되다니. 치과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삼분의 이 이상 썩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배송곳니를 이른바 덮어씌우게 되기 까지는 당시 갓 좋아하게 되었던 S라는 여성 때문이었다. 웃으면 충치가 드러나게 되니 입을 다물고 굳은 인상으로 있거나, 불가피하게 웃게 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던 것을 그 여자애가 싫어했기 때문에 더는 치료를 미룰 수 없었던 것이다.


공간이 넓어 혀끝이 들락날락하던 곳게 제대로 보철이 덧씌워지게 되니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고 틈만 나면 신기해서 거울에 비춰보기까지 하였다. 아마도 그 횟수만큼 당시엔 S를 일상에서 자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적 빠진 유치는 지붕위로 던져버리고 새로 영구치가 생긴 것 만큼이나 내 일상에 S가 자리잡게 된 것이 기뻤었다.


S 덕분에 얻은 그 인공의 배송곳니를 사용한지도 햇수로 십삼년이 되었다. 아직까진 전혀 이상이 없으니 정말 반영구적으로 버텨줄 것도 같다. 동시에 잊고 살았던 S가 생각이 났다. 멀어질 땐 보고싶으면 어떡하나, 보고싶어서 죽을지도 모를 것 같더니 역시 한 십년이 지나니 마음의 상처도 무덤덤해지고 얼굴마저 흐릿하게만 떠오를 뿐이다. 다 늙어 주책이라고 할지라도 문득 떠오르는 옛기억을 막을 수가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배송곳니가 영구적으로 버텨주는 한 나는 때때로 그녀를 문득 떠올릴 것이다. 이 형국은 어쩐지 내가 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아마도 그녀는 살아가면서 나를 떠올릴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반지나 목걸이 따위를 선물하지 말고 성형수술이나 해줄 것을 그랬나? 화장할 때마다 생각나게. …….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혀끝으로 배송곳니의 주변을 더듬으며 다시 추억에 잠겨 보는데. 

앗!

혓바늘이 돋아 버렸네! 젠장.


낙동강 맥도생태공원의 가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