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수영만
자전거탄풍경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바다로 바뀐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고 사람도 그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부산에서 상전벽해라는 말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곳 수영만 근처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뽕나무나 바다 대신 흙먼지 풀풀 날리던 곳에 마천루가 들어섰다는 것 정도. 


건물이 들어선 곳 대부분은 예전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 흐르던 곳이었다. 매립을 통해 이 넓은 땅이 새로 생긴 것이다. 지하철이 아직이었던 시절엔 버스로 한시간은 예사로 걸리던 부산의 변두리였는데 요즘은 이 근처에 산다면 제법 방귀 꽤나 뀌고 사는 축에 든다는 대접을 받는다.



정비된 강변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한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뉴욕 맨해턴의 분위기가 대체로 이렇지 않겠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해운대와 광안리가 지척이고 주거환경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탓에 경제적인 부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기에 썩 괜찮은 공간일 것이다. 어쩌다보니 나에겐 이제 이 주변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렸다. 


멀리 영화의전당 건물과 세계적(?) 규모의 쇼핑센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욕심이 있다면 이 풍경속에 자랑할만한 세계적 규모의 도서관도 하나쯤 있었으면 싶다.



먼 바다 대양에서 예리하지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아! 모처럼 부산다운 날씨다. 모름지기 부산의 겨울은 요며칠처럼 선선한 정도여야 정상이다. 고개를 들어 먼데 겨울하늘을 바라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은 하늘뿐이었다. 그런 하늘이 오늘은 전혀 지겹지 않았고 되려 반가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겨울오후의 하늘같은 사람이고 싶었다. 


보고싶어서 언젠가는 한번쯤 다시 찾게 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