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서먹 하였다.
자전거탄풍경


익숙한 풍경을 뒤로 하고 자전거의 방향을 산으로 돌렸다. 계절은 이미 성급한 여름기운이 죽자고 덤비는 날이어서 짧은 시간 달렸지만 이내 등에 땀이 찼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을 오르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 난장 한 귀퉁이에 눈길을 끄는 풍경이 있었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이 수레에 쌓여있는 폐지를 한장 한장 들추어서는 종이 위에다 페트병의 물을 슬쩍슬쩍 붓고 있었다. 한장 한장 꼼꼼하게. 


나는 어쩌자고 이런 숨찬 순간에 흘려버려도 될 민망한 상황이 자주 동공에 포착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광경을 되도록 거짓없는 모국어로 표현하자면.


[노인은 폐지를 한장 들어올리고 그 위에 페트병의 물을 찌끄리고 다시 그 밑에 폐지를 들어올려 다시 그 위에다 물을 찌그리고 있었다.]


그렇지... 찌끄리고 있다는 문장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탄 내 어깨가 그 노인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영악한 나의 뇌는 그 노인의 형편을 재빠르게 훑고 있었다. 폐지는 무게에 따라 돈으로 바뀌어지는 형편이어서 그 사이 사이로 물을 먹여 무게를 늘이고 있는 거겠지. 혼자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래서인지 노인의 얼굴은 일이 사람에게 은밀히 던져주는 웃음이 없었다. 


입바른 소리로 뭐라 타박하거나 값싼 이해를 구할 수도 없는 날것 그대로인 도회의 삶이었다. 노인과 내가 이해당사자가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에 내가 그 폐지를 매입하여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폐지가 품고 있는 수분은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나? 물은 생명과도 같은데 어느 시공간에 처하였느냐에 따라 거세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이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삶은 어느 지경까지 누추해질 수 있을지. 


뇌속이 복잡하였다.


오랜만에 자전거로 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데 일체의 풍경이 서먹서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