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추석 선물 세트
일상다반사



누구나 같은 금융기관과 20년 이상 거래를 하다보면 의례적인 명절 선물을 받기 십상이다. 택배기사의 연락을 받고 뛰어나가 받은 선물상자를 개봉하니 놀라웁게도 통영멸치가 한가득이다. 놀란 이유는 멸치의 원산지가 올 초 자전거여행을 갔다가 들른 통영 한려수도인데다가 생전 요리라고는 안하던 내가 요즘 된장찌개 끓이는 일에 제법 재미를 붙였던 터였다.


된장찌개와 멸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한동안 멸치는 잊어버려도 되겠네.


거기다 마른새우도 한 봉 같이 들어있으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새우를 넣은 국물에서는 어떤 맛이 나려나. 의례적인 명절 선물이겠거니 했는데 괜히 혼자서 감격했다. 물론 보내는 측에서야 무작위로 보냈겠지만, 나는 꼭 누군가가 내 살아가는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가 살뜰히 챙겨서 건넨 듯한 착각에 빠져든 것이다.


봉지를 찢어 냄새를 맡으니 지난 초여름의 그 바다 냄새가 폐부로 빠르게 파고들어온다.


괜히 눈물겨웠다.


흔한 선물 세트에 이토록 혼자 감격하고 앉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