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의 유기견
일상다반사



자주 가는 약수터 근처에 개 두마리가 나타났다. 처음 본 때는 더위가 유난한 어느 복날이었다. 같은 날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두마리의 개는 약수터에 오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착한 얼굴을 하고 꼬리를 흔들었다. 처음엔 주인이 있겠거니 했는데, 개들의 하는 모양이 유별났다. 이 사람 나타나면 이 사람 따라 쪼르르 달려가고 저 사람 나타나면 저 사람 따라 종종걸음을 치고. 특히 자동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기색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들은 무턱대고 따라오는 개들을 피하기에 바빴다. 그도 그럴것이 도회의 형편은 개 두마리를 키우기에는 솔직히 좀 야박한 상황이다. 개들의 행동과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나서야 버려진 개들임을 알게되었다. 나 역시 개들을 피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약수터에 갈 때마다 개들은 종종 나에게도 반갑게 달려들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유독 그랬다. 형인지 동생인지 알 수 없는 나머지 한 마리는 점점 지쳐갔는지 먼데서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마도 개는 자신들을 데리고 갈 주인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있는 듯했다.


사정은 안됐지만 나는 별 방도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예의 약수터를 들렀는데 두 마리의 개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 착한 사람들이 거두어 갔을까? 아니면 어디 기관에서 보호시설로 데리고 갔을까. 생각은 급기야 혹시 어디 끌려가서 팔려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어두운 생각도 났다. 풍경속에 두 생명체가 사라진 것만으로 괜히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정작 보살펴 주지도 못했으면서...


늘 마음은 약수터로 출발하면서 가방 안에 개에게 먹일 간식거리라도 챙겨가야지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어디 좋은 주인이 나타나 잘 살았으면 하고 바랐는데, 오늘 오후에 약수터에 들르니 늘 뛰어놀던 길가에 개들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도 건네고 사진도 찍었다. 변화가 있다면 둘 다 사람을 반기는 강도가 많이 줄어 있었다. 사람들이 결국 자신들을 외면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탓일 거다.


가방을 뒤졌지만 그들에게 먹일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회를 또 놓치고 만 것이다. 개들은 활동반경을 넓혀 이곳저곳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돌이 생활에 접어든 거였다. 해서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약수터 근처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멀리서 검은색 승용차가 다가왔다.


애교가 많은 한 마리가 부리나케 자동차 가까이에 달려가서 꼬리를 흔든다. 역시 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성은 소 닭 보 듯하며 개를 스쳐지나간다.


개는 아마도 자동차의 엔진소리 시트의 가죽냄새에서 그들이 떠나온 곳, 집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존재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버려진다는 것은 몹시 쓸쓸한 일이었다.

 

이별 만큼이나.